JANGUN


마음의 탄생
: How to Create a Mind

저자 : Ray Kurzwell (2012)
윤영삼 옮김 | 조성배 감수 (2016)


목차

들어가는 글 – 어쨌든 마음은 뇌의 작용일 뿐
1. 생각의 역사 – 다윈과 아인슈타인의 생각실험
2. 어쩌다 마주친 그녀 –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
3. 패턴인식 마음이론 – 뇌의 정보처리 알고리즘
4. 생각하는 기계 분해하기 – 뇌과학이 밝혀낸 사실들
5.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 생존과 번식을 위한 원초적인 욕망
6. 사랑의 세레나데 – 적성과 창조성과 사랑의 진화
7. 소트프웨어 뇌 만들기 – 뇌의 알고리즘을 디지털 공간에 시뮬레이션하는 법
8. 하드웨어 뇌 만들기 – 컴퓨터 아키텍처 발전의 역사
9. 마음을 지닌 기계의 탄생 – 의식, 자유의지, 정체성의 재발견
10. 특이점이 온다 –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인공지능 혁명
11. 반론 – 불신과 비관적 전망을 넘어서
에필로그 –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

들어가는 글

어쨌든 마음은 뇌의 작용일 뿐
인간은 ‘계층적’ 사고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요소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만들어내는 구조를 이해할 수 있고, 그 배열을 기호로 재현할 수 있고, 그렇게 만든 기호를 훨씬 복잡한 배열 속에 하나의 요소로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의 신피질은 발전을 거듭한 결과, ‘생각’-다시 말해,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할 수 있는 ‘진화의 문턱’을 넘어섰다.
인간이 처음 발명해낸 도구는 ‘말’이다. 말이란 ‘구별되는 발화’로서 생각을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뒤 이어 발명해낸 ‘글’은 ‘구별되는 기호’로 생각을 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다. 글을 모아놓은 도서관은, 순환하는 구조로 이루어진 생각의 지식기반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도서관은 우리 뇌의 능력을 크게 확장시켜준다.
진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진화의 산물이 지닌 복잡성과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현상을 수확가속법칙이라고 이름 붙였고, 이는 생물학적 진화는 물론 기술적 진화에도 모두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엔지니어링이란 쉽게 말해 자연적인 현상을 크게 증폭하는 기술이다. 이 책에서는 인지, 기억, 비판적 사고를 담당하는 뇌 영역인 신피질의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패턴인식 마음이론을 제시할 것이다. 패턴인식 마음이론과 수확가속법칙을 결합하면, 엔지니어링을 통해 지능의 힘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를 것이다.
‘정체성은 우리 유전자에 있지 않다. 뇌세포 사이에 연결 속에 있다’
뇌의 어떤 속성이 우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일까? 6개월 전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가 정확하게 같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어떻게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1. 생각의 역사 – 다윈과 아인슈타인의 생각실험

다윈의 ‘종의 기원’ (1892년 11월 22일)
로절린드 프랭클린 – DNA 영상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 – DNA 2중 나선구조 (1953)


2. 어쩌다 마주친 그녀 –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

우리 기억은 순차적이며 그 순서는 정해져 있다. 입력된 순서대로만 출력할 수 있다. 우리는 기억의 순서를 거꾸로 뒤집지 못한다. 의식은 기억과 다르지 않다.
뇌에는 이미지, 비디오, 소리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장치가 없다. 우리 기억은 패턴의 나열로 저장된다. 자주 접근하지 않는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진다.
우리 뇌는 패턴을 인지한다. 정보의 일부분만 인지하더라도 (보더라도, 듣더라도, 느끼더라도) 또는 정보가 일부분 변형되더라도, 우리 인지능력은 패턴의 변하지 않는 특징을 명확하게 감지해낸다. 우리의 의식적인 인지경험은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는 끊임없이 미래를 예측하고 앞으로 무엇을 경험할 지 가정한다. 이러한 기대는 우리가 실제로 인지하는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사실 우리에게 뇌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다.
대상이나 상황을 인식할 때 우리는 길게 나열된 리스트가 아니라, 정교하게 포개어진 계층으로 기억한다.


3. 패턴인식 마음이론 – 뇌의 정보처리 알고리즘

신피질의 주요 기능은 계층적으로 구성된 정보의 패턴을 다루는 것이다. 또한 신피질 자체가 계층적인 방식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신피질은 감각을 지각하고, 시각적 대상에서 추상적 개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인식하며, 동작을 제어하며, 공간을 지각하는 일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일까지 갖가지 추론을 하며, 언어를 구사한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각’이라고 간주하는 모든 능력을 관장한다.
뇌의 가장 바깥면을 덮고 있는 신피질은 – 인간의 경우 – 2.5밀리미터 두께로 된 펼쳐진 2차원 조직이다. 신피질은 전체 뇌 무게의 80퍼센트까지 차지하게 되었다. 전두엽은 고차원적 개념과 관련한 한층 추상적인 패턴을 처리하는 기능을 한다.
뉴런 기둥은 수많은 패턴인식기들의 집합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여 인지적 의미를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모형을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신피질에는 약 50만 개의 피질기둥(뉴런기둥)이 있다. 높이 2밀리미처에 0.5제곱미터 정도 공간을 차지하는 피질기둥에는 대략 600개의 패턴인식기가 담겨있고, 패턴인식기에는 각각 100여 개의 뉴런이 담겨있다. 신피질 전체를 따졌을 때 패턴인식기는 총 3억개, 뉴런은 총 300억 개 존재한다. 인간은 논리를 처리하는 능력은 약한 반면, 패턴을 인식하는 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 신피질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패턴인식기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뉴런이 패턴을 떠올리며 정보를 처리한다.
신피질은 얼마나 많은 패턴을 저장할 수 있을까? 여기서 우리는 ‘리던던시’라는 현상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뇌는 컴퓨터와 달리 이미지 자체를 (다시 말해 2차원적 픽셀의 배열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반복되어 입력되면서 그 자체로 ‘패턴’을 만드는 ‘특성의 리스트’로 저장된다. 전문가의 핵심지식이 약 10만 개의 ‘지식 뭉치(즉, 패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때, 1개의 지식마다 약 100번의 리던던시가 입력되어야 한다고 가정하면 약 1,000만 개의 패턴이 입력되어야 한다.
여기서 패턴을 ‘처리한다’고 하는 것은 우리 뇌가 패턴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작업을 모두 포괄한다. 즉 패턴을 학습하고, 패턴을 (또는 패턴의 일부를) 예측하고, 패턴을 인식하고, 패턴에 관한 생각을 발전시키거나 물리적인 운동으로 변환함으로써 패턴을 실행에 옮기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된다.
궁극적으로 우리 뇌는, 자신이 만들어낸 기술의 도움을 받아 3억 개의 패턴처리가보다 훨씬 많은 패턴을 담아낼 수 있는 인공신피질을 만드는 단계까지 나아갈 것이다. 이제 인간의 패턴처리기가 수십억 개, 아니 수백억 개로 늘어나는 시대가 눈앞에 온 것이다.
‘패턴인식 마음이론’은 신피질 내 패턴 인식모듈을 기반으로 한다. 수상돌기는 여러 개지만 축삭은 단 하나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입력은 여러 개를 동시에 받을 수 있지만, 출력은 단 하나만 내보낼 수 있다. 어떤 레벨이든 패턴이 된다는 점이다. 단순한 획도 패턴이고 글자도 패턴이고 단어도 패턴이다. 어떤 패턴이든 하위레벨 패턴에서 올라오는 입력과, 그렇게 들어온 신호에 기반한 패턴인식과, 그 결과를 상위레벨 패턴인식기로 전달하는 출력이 존재한다.
리던던시로 인해 ‘apple’이라는 대상을 정확하게 인식할 가능성은 높아지고, 또한 실재세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apple’의 무수한 변이에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계층구조는 ‘개념’의 계층구조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개별적인 패턴인식기들의 수평적인 연결망이 개념적인 계층구조를 만들어낼 뿐이다. 패턴인식 마음이론의 중요한 속성은 각각의 패턴인식모듈 안에서 패턴이 처리되는 방식이다. 패턴인식기마다 입력된 정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축삭이 활성화되는 ‘인식의 문턱’이 있다. 자신이 맡은 패턴을 성공적으로 인식했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 “내가 맡은 패턴이 나타난 것 같아”
각각의 패턴인식기가 학습한 파라미터 속에 다양한 패턴 사례들이 인코딩 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파라미터들을 학습한 다음 이를 이용해 계층적 패턴을 인식하기 위한 계층적 은닉마르코프모형(HHMM)이라는 수학모형을 개발했다. 패턴인식모듈은 이러한 파라미터와 더불어 입력되는 신호의 세기를 고려하여 패턴이 나타날 전체저인 가능성을 계산한다. 패턴인식의 가능성을 수학적으로 가장 적절하게 계산해내는 방법은 HMM(은닉마르코프모형)이다.
신피질은 자신에게 곧 닥칠 것이로 여겨지는 것을 스스로 예측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신피질의 주요임무다. 과도한 예측으로 인해 패턴인식의 문턱이 너무 낮아질 경우, 사람이나 사물이나 단어를 잘못 인식하는 일도 발생한다. 또한 특정한 패턴에 대한 인식의 문턱을 낮추는 긍정적인 신호와 달리, 특정한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낮다고 예측함으로써 인식의 문턱을 높이는 부정적인 신호, 즉 억제신호도 있다.
기억은 우리가 학습하고 인식한 패턴의 리스트로 적절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그것을 파악하기 위한 판단기준이 된다. 결국 신피질에서 기억은, 인식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기억을 구성하는 패턴의 리스트는 순차적이며 그 순서대로만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억의 순서를 뒤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억은 또 다른 생각/기억(이 둘은 동일한 것이다)에 의해 촉발되어야 한다. 패턴을 인식할 때도 이러한 촉발 메커니즘을 경험할 수 있다. A, P, P, L을 지각하면, APPLE의 패턴은 다음에 ‘E’를 보게 될 것을 예측하고, ‘E’ 패턴이 곧 나타날 것이라는 신호를 촉발한다. 기억은 새롭게 입력되는 자극을 해석하는 이데아 역할을 한다.
기억에서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일반적으로 그러한 연상에는 완벽한 사슬이 존재한다. 오래된 기억을 촉발한 기억을 어렴풋하게 인식한다고 해도,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없다. 실제 이미지가 마음 속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을 머릿속에 떠올리고자 할 때 우리는 마음속 저장된 패턴을 재구성해 이미지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패턴들이 ‘의미의 맥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생각의 처리과정에서도 리던던시는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계층구조를 형성하는 각각의 레벨마다 상당한 리던던시가 존재하고, 이로써 그 개념에 발생할 수 있는 가변성을 충분히 처리해낼 수 있다. 패턴인식기의 계층구조에서 상위레벨이 개념적으로 더 추상적이고 더 통합된 개념을 상징하며, 하위레벨에서 상위레벨로 정보가 올라가는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실제로 하위레벨로 정보를 내려보내는 현상이 훨씬 많이 일어난다. 각각의 레벨에서 인식된 패턴은 이제 곧 무엇을 마주하게 될 지 예측하고 그러한 신호를 하위레벨의 패턴인식기로 내려 보내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험이 지극히 풍요롭게 여겨지는 것은 신피질에 있는 수억 개의 패턴인식기가 모두 동시에 자신에게 입력되는 정보를 검토하기 때문이다.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최상위레벨 위에는 개념을 처리하는 계층구조가 존재한다. 개별적으로 처리된 다양한 감각정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영역도 존재한다. 소리, 시각, 후각 정보가 입력되었을 대 우리는 ‘논리적 연역’이라는 정교한 처리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이러한 감각인식을 조합해 어떠한 사실을 곧바로 인지한다.
패턴인 완벽한 형태로 제시되지 않아도, 심지어 패턴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뇌의 자동연상 기능 때문이다. ‘자동연상autoassociation’이란 패턴의 일부만으로 패턴 전체를 연상해내는 능력으로, 패턴인식기 하나하나가 기본적으로 이러한 기능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상위레벨의 패턴인식기로부터 패턴이 곧 나타날 것으로 ‘예산된다’는 신호를 받았을 때 인식의 문턱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예측은 패턴인식기가 쉽게 활성화되도록 유도한다. 변형되거나 왜곡된 패턴이라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불변이성이다. 불변이성(inivariance)이란 패턴에 변이가 발생한 경우에도 그것을 일관되게 인식해내는 능력이다.
신피질은 학습능력과 패턴인식기들을 연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그러한 연결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보가 입력되는 것이 곧 학습이고, 패턴을 학습하는 것이 곧 그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신피질은 계속 들어오는 입력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기존 패턴으로 인식되지 않은 패턴은 새로운 패턴으로 저장되며 그것을 구성하는 다양한 하위레벨 패턴과 적절하게 연결된다.
꿈은 방향성 없는 사고의 전형이다. 꿈 역시 신피질에 존재하는 패턴인식기들의 실제 연결망에 기반하여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촉발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꿈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부분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활용해 의미가 통하도록 수정한다. 좌뇌가 우뇌에 입력된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어중추를 제어하는 좌뇌는 우뇌가 방금 한 일을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지어낸다. 우리는 언제나 사건의 인과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역시 신피질이 하는 일이다.
꿈을 구성하는 실질적인 내용 역시 패턴의 나열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꿈은 실제 꿈 속 경험을 이야기로 꾸며내고 각색한 꿈의 새로운 버전에 불과하다. 꿈을 이야기하는 동안 원래 경험했던 실제 꿈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무수한 패턴들이 활성화된다.


4. 생각하는 기계 분해하기 – 뇌 과학이 밝혀낸 사실들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헵(1904~1985)은 학습의 신경학적 기초를 설명하고자 시도한 인물이다. 이 이론의 핵심은 ‘함께 활성화되는 세포는 연결된다’라는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뇌의 활동에 기반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고 강화함으로써 뇌의 구조가 달라진다는 것 역시 밝혀졌다.
패턴인식 마음이론은 학습의 기본단위를 뉴런 한 개가 아니라 뉴런 100개 정도가 모인 뉴런 집합, 즉 패턴 인식기라고 가정한다. 학습은 패턴인시기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패턴인식기 밖, 즉 패턴인식기와 패턴인식기를 연결하는 ‘사이’에서 일어난다.
스위스의 신경학자 헨리 마크램의 연구결과는, 몇몇 뉴런들 사이에 연결성과 시냅스 가중치의 예측성이 매우 높으며 이들은 모두 특정한 제약 안에서 움직인다. 이 집합체의 시냅스 연결은 경험을 통해 쉽게 형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이들은 지각을 위해 선천적으로 타고난, 레고블럭과 같은 지식의 블록처럼 작동한다. 기억의 습득은 이 블록을 결합해 복잡한 건축물을 짓는 것과 같다고 추정한다. 각각의 집합체는 어떻게 세상을 처리하고 지각하고 반응하느냐 하는 약간의 기초적이고 선천적인 지식을 담고 있는 레고블럭과도 같다.
국립보건원(NIH)은 신피질 전체에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연결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신피질의 연결망이 잘 구획된 도시처럼 격자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뇌의 전체 구조는 기본적으로 맨하튼과 비슷하다. 2차원으로 구획된 거리 위에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가 세 번째 축을 형성하는 3차원 구조다. 지극히 단순하고 단일한 구조 속에 통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뇌의 연결망은 기본적으로 정육면체처럼 생겼다.
우리 뇌는 처음부터 개개의 패턴인식모듈이 언제든 연결될 수 있도록 인프라 스트럭처를 미리 깔아놓은 것이다. 어떤 모듈이 다른 모듈과 연결하고 싶다고 해서 그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잇기 위해 한쪽 모듈에서는 축삭을 뻗고 한쪽 모듈에서는 수상돌기를 뻗는 것이 아니다.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전기플러그를 꽂듯이 축삭 하나를 신경섬유의 말단에 꽂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뇌의 연결망은 초기 배발생 대 수립된 기본계획을 따라 구축된다. 성숙한 뇌의 연결망 역시, 성장하면서 물리적으로 변형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세 가지 기본 모듈의 조합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해 학습을 하고 경험을 쌓아가면서 신피질의 패턴인식모듈을 연결하는 것은, 배아시절 이미 구축된 예정된 연결망을 연결하는 것에 불과하다. 신피질에서 사용되지 않는 장거리 연결은 결국 끊어진다. 뇌 연결망의 격자구조는 보편적이고 일관되며, 신피질이 만들어질 때 구축된 3가지 기본축과 상통한다. 이는 모든 신피질 기능을 아우르는 공통적인 알고리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신피질의 정보처리방식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는 뇌의 가소성이다. 가소성(plasticity)은 학습을 통해 뇌의 연결망이 달라지거나 어느 한 영역의 역할을 다른 영역이 대신할 수 있는 특성으로, 이는 신피질 전체에 공통된 알고리즘이 작동한다는 뜻이다. 신피질은 매우 균일하며, 개별 기둥이나 미세기둥은 제각각 원칙적으로 다른 기둥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할 수 있다.
신피질에 존재하는 연결은 1000조 개 정도 되지만 게놈의 설계정보는 약 2500만 바이트(24Mbyte)에 불과하기 때문에, 연결 그 자체가 유전적으로 미리 결정되어 있을 수는 없다. 거의 모든 모듈 간의 연결은 경험에서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우리 마음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키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든 연결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신경망을 가지고 태어난다.
신피질 내 패턴인식모듈의 기본적인 알고리즘은 동일하다. 패턴을 인식했다는 신호는 개념적 계층구조에서 위로 올라갈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 위로 올라가는 신호는 ‘패턴을 탐지했다’는 의미이며, 아래로 내려가는 신호는 ‘네가 담당하는 패턴이 곧 나타난다’는 의미다. 상향신호와 하향신호 모두 패턴인식을 자극할 수도 있고 억제할 수도 있으며, 이는 기본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5. 싸우거나 도망치거나 – 생존과 번식을 위한 원초적인 욕망

올드 브레인-포유류 이전부터 존재했던 뇌-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만족을 추구하고 위험을 회피하고자 하는 동기는 상당부분 올드 브레인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눈을 통해 고해상도의 영상을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시신경이 뇌에 전달하는 정보는 시야에 들어온 관심을 끄는 몇몇 대상의 일련의 윤곽과 실마리에 불과하다.
집중이란 동시에 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생각의 대상이나 생각의 꼬리 중에서 하나만을 생생하고 명료한 형태로 정신이 소유하는 것이다. 의식을 한 곳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는 것이 집중의 본질이다. 중뇌를 거친 감각정보는 시상의 후측배내측핵이라는 영역으로 흘러 들어가서 몸의 상태에 대한 복잡한 반응을 연산해낸다. 이곳에서 다듬어진 정보는 마지막으로 인슐라(insula 섬엽)라고 하는 신피질 영역에 도달한다.
시상의 기능 중 하나는 몸에서 올라오는 감각정보를 신피질로 들여보내는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어느 곳에 집중하는 능력을 발휘할 때 시상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때 시상은 신피질에 담겨 있는 구조화된 지식에 의존한다. 시상은 신피질에 저장되어 있는 리스트에 따라 생각의 꼬리를 쫓거나 행동계획에 따를 수 있도록 한다.
해마의 핵심기능은 새로운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다. 시상을 거쳐 신피질로 들어간 감각정보가 새로운 경험이라고 판단되면 이는 다시 해마로 전달된다. 해마는 크기가 작은 만큼 저장된 기억은 잠깐 동안만 유지된다. 해마는 특정한 패턴의 나열을 반복적으로 경험할 때마다 그것을 계속 신피질에 전달하고, 이로써 자신의 단기기억을 신피질의 계층적 장기기억으로 올려 보낸다. 어쨌든 새로운 기억이나 기술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이 해마에 먼저 저장되어야 한다.
소뇌는 한 때 사실상 인간의 움직임을 온전히 통제했던 올드 브레인이다. 우리 뇌에 존재하는 뉴런의 절반이 소뇌에 있지만, 뉴런의 크기가 작아 전체 뇌 무게에서 1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소뇌 역시 신피질처럼 반복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움직임의 경우, 신피질의 기능은 ‘패턴의 인식’이라기보다는 ‘패턴의 실현’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적합할 것이다. 소뇌에는 서명을 하는 손의 움직임이나 음악이나 춤 같은 예술적 표현이 담긴 움직임에 대한 섬세한 설명이 기록되어 있는데, 신피질은 이러한 소뇌의 기억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쾌감은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화학물질에 의해서도 조율된다. 이 화학물질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상황에서도 우리가 쾌감과 공포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신피질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편도체(아미그달라)는 올드 브레인의 일부로 몇몇 감정반응 처리에 관여하는데, 그 중 가장 두드러진 감정은 공포다. 싸우거나 도망치는 메커니즘을 촉발한다. 신피질을 거쳐 아미그달라로 신호가 전달된다.
생각은 뉴브레인(신피질)에서 발생하지만, 감정은 올드브레인과 뉴브레인에서 모두 발생한다. 따라서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려면 올드브레인과 뉴브레인을 모두 모형화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의 인지지능만을 모방하고자 한다면, 신피질만 연구해도 충분하다.


6. 사랑의 세레나데 – 적성과 창조성과 사랑의 진화

패턴인식모듈의 기본적인 패턴인식 알고리즘은 신피질 전체에서 동일하게 작동하지만, 특정한 유형의 패턴은 대개 특정한 영역으로 (예컨대 얼굴은 방추모양주름으로) 입력되기 때문에 뇌는 영역별로 자신이 맡은 패턴을 더 잘 처리한다.
창조성의 핵심요소는 위대한 은유, 즉 다른 것을 재현하는 상징을 찾는 과정이다. 신피질은 위대한 은유를 생산하는 기계이며, 이는 인간이 왜 유일하게 창조적인 동물인지 설명해준다. 더 높은 창조성을 발휘하는 한 가지 방법은 신피질을 더 많이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신피질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다양한 사람들과 공동작업을 하는 것이다.
공포는 위험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이고, 사랑은 위험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7. 소프트웨어 뇌 만들기 – 뇌의 알고리즘을 디지털 공간에 시뮬레이션하는 법

동물에게 행동의 진화는 하나의 학습과정으로, 개별적인 개체의 학습이 아니라 종 차원의 학습이라 할 수 있다. 무수한 세월에 걸친 학습과정의 결실이 DNA에 코딩된 것이다. 우리는 생물학적 지능의 한계를 넘어 비생물학적 지능으로 진화과정을 확장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다.
뇌 시뮬레이션 – 선충류(회충)의 뇌를 시뮬레이션하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선충류의 신경계는 뉴런이 300개 정도로 단순하다.
 시뮬레이션한 가상의 선충류는 의식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 생물학적 선충류는 의식이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헨리 마크램이 주도하는 블루브레인 프로젝트로, 인간의 신피질은 물론 해마, 아미그달라, 소뇌와 같은 원시뇌까지 모두 시뮬레이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실험이다.
신경망은 스스로 조직화되고 선생의 감독 없이도 옳은 답을 내놓게 된다. 더 나아가 선생이 믿을 만하지 못한 경우에도 신경망은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예컨대, 선생이 60퍼센트만 옳은 답을 가르쳐주어도 학생 신경망은 100퍼센트에 달하는 정확도를 습득한다. 하지만 퍼셉트론은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주제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다. 신경망이 매력적인 이유는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신경망 스스로 문제의 해법을 학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직접 프로그래밍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었다.
희소코딩: 벡터 양자화 – 인간의 패턴인식과 개념인식이 본질적으로 계층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더욱이 정교한 계층구조로 이루어진 인간의 언어의 경우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소리 신호는 청각신호에서 큰 폭으로 압축되어 매우 적은 데이터만이 신피질에 도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간 흐름에서 각각의 지점을 16개 숫자로 표시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16개의 데이터스트림을 하나로 줄이는 동시에, 음성인식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특징을 강조해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벡터양자화라는 수학적 최적화 기술을 사용했다.
수백만 개의 점(데이터)을 사용하던 우리는 이 기술을 도입한 뒤, 데이터를 1024개로 줄여서 확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한번도 사용한 적 없는 공간은 어떤 클러스터에도 할당되지 않는다. 그 다음 각각의 클러스터에 숫자를 하나씩 할당한다. 이 숫자는 클러스터의 축소된, 즉 ‘양자화된’ 표지다. 그래서 이 기술을 벡터양자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래에 어떤 벡터가 새로 입력되더라도, 그 점에서 가장 가까운 중심점을 가진 클러스터의 숫자로 표시된다.
이제 각각의 클러스터 중심점들의 거리를 계산한 표를 만들 수 있다. 그에 따라 새로운 입력 벡터와 모든 클러스터 간의 거리를 즉각 구해낼 수 있다. 모든 점은 가장 가까운 클러스터로 표시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점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그 거리를 알 수 있다.
은닉마르코프모형 – 벡터양자화를 이용해 핵심요소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단순화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정보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불변이성의 계층을 재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간의 음성은 뇌 속에 있는 선형적 패턴의 계층에 의해 생산된다.
러시아 수학자 안드레이 안드레예비치 마르코프(1856~1922)는 사건의 계층적 나열에 관한 수학적 이론을 정립했다. 이 모형은 하나의 연쇄에서 사건이 끝까지 진행될 가능성에 기초한다. 끝까지 가는 데 성공하면 상위레벨의 사건을 촉발한다. 마르코프모형은 각 사건이 성공적으로 발생할 확률을 계산해낸다. 마르코프과정은 사건의 선형적 나열을 계층을 이루는 시스템으로 가정하지만 그 사건을 직접 관찰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은닉’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계층의 가장 낮은 레벨에서 보내는 신호만 볼 수 있다. 이러한 출력값에 근거해 각각의 전이 확률을 계산해내는 수학적 기법이 바로 HMM이다.
음성샘플을 수집하고 HMM 기법을 적용하여 연결과 확률로 사건의 계층구조를 추론한 뒤, 이것을 이용해 새로운 발언을 인식하기 위해 사건의 계층적 네트워크를 추론했다. 언어정보의 계층적 특성을 재현하기 위해 계층이라는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우리는 이 변형된 모형을 ‘계층적 은닉마르코프모형HHMM’이라고 명명했다. 이 모형은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신경망모형의 자기조직화기법이어서, 동료들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신경망모형은 가중치만 조정될 뿐 연결은 조정되지 않았다. 마르코프모형 시스템에서는, 정확하게 설정되기만 하면 사용되지 않는 연결을 스스로 제거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토폴로지(망구성방식)를 바꿀 수 있다.
유전알고리즘 – 패턴인식시스템의 기능을 제어하는 수많은 파라미터는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벡터 양자화 단계에서 허용할 벡터의 수, 계층적 사건의 최초 토폴로지(HMM이 학습단계에 들어가 가지치기를 하기 이전의 토폴로지), 계층 속 각 레벨의 인식의 문턱, 크기 파라미터의 처리를 제어하는 파라미터 등 수많은 것들이 파라미터로 설정될 수 있다. 이러한 파라미터를 ‘신의 변수’라고 부른다. HMM이 자기 조직화 방식으로 토폴로지를 만들어나가기 전에 (생물학적 모형에서는 학습을 통해 피질계층에 연결이 형성되기 전에) 파라미터는 결정되기 때문이다.
계층적 학습/인식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의 변수’를 설정하는 문제도 자연에서 힌트를 얻어 진화시켜 보았다. 즉, 진화 자체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유전알고리즘(진화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유성생식과 돌연변이까지 시뮬레이션되어 있다. 유전알고리즘의 핵심은 인간설계자가 해법을 직접 프로그래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쟁과 개선을 시뮬레이션한 반복적인 과정 속에서 해법이 생성되도록 한다.
우리는 음성인식시스템의 경우, 시스템을 사용해 네트워크의 최초 토폴로지와 그 밖의 중요한 파라미터를 진화시켰다. 결국 자기조직화 기법을 2개 사용한 셈이었다. 유전알고리즘으로 생물학적 진화를 시뮬레이션하여 특정한 피질의 설계파라미터를 생성했고, HMM으로 인간의 학습이 동반되는 피질조직을 시뮬레이션하였다. 유전알고리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또한, 해법을 평가하는 타당한 기법이 있어야 한다.
‘오버피팅’이란 처음 제공한 학습 샘플에 들어있는 구체적인 사례를 자기조직화시스템이 지나치게 일반화하여 학습하는 경향을 말한다.
머랭허랭: 왓슨의 말장난 – 계층적 통계기반 학습시스템과 규칙기반시스템


8. 하드웨어 뇌 만들기 – 컴퓨터 아키텍처 발전의 역사

뇌는 컴퓨터가 아니다.
컴퓨터에 뇌 소프트웨어를 작동한다면, 뇌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책에서 설명한 연구결과들이 바로 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다. 남은 문제는 컴퓨터가 인간의 뇌와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알고리즘을 찾아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어쨌든 컴퓨터에는 본래적인 ‘보편성’이 있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찾아내기만 하면 작동할 수 있다.
반면 인간의 뇌는 일단의 특정한 알고리즘만 운용한다. 상당한 가소성과 더불어 경험에 기반하여 신경망을 재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영리한 기관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기능은 모두 소프트웨어를 통해 모방할 수 있다.
뇌에 리던던시가 저장되는 1차적 이유는 신뢰하기 힘든 (정확도가 낮은) 신경회로의 본래적인 특성 때문이다.
기계가 풀지 못하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1931년 오스트리아 출진의 미국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쿠르트 괴델은 불완전성 정리 발표
1935년 폰 노이먼은 ‘저장되어 있는 (내장)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에 대해 설명하였다. 폰노이먼은 오늘날 컴퓨터 아키텍처를 만들었다. 수학적 논리적 연산을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장치, 대용량저장장치, 프로그램 카운터, 입력/출력채널로 구성된 컴퓨터 모형을 제시하였다. ‘내장 프로그램’이라는 개념은 컴퓨터를 진정으로 보편적일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이로써 컴퓨테이션의 보편성에 대한 튜링의 비전을 충족시켰다.
컴퓨터로 인간의 뇌를 구현할 수 있다 – 컴퓨터가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없으며, 뇌가 사용하는 핵심알고리즘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가 뇌가 될 수 없다는 에이다 바이런의 결론은 넘어서는 것이다. 폰노이먼구조는 뇌에서 일어나는 프로세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 뇌는 컴퓨터를 시뮬레이션하지 못한다. 뇌는 폰노이먼구조와 같은 내장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뇌의 알고리즘 기법을 뇌 구조 속에 함축되어 있다. 뇌가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1000억 개의 뉴런이 동시에 정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뇌의 정보처리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대량병렬방식으로 작동한다.
1957년 스탠 울람은 기술의 역사 맥락에서 ‘특이점 singularity’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특이점이란 기존의 해석이나 기준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단계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급속도로 이루어지는 기술발전이 인간의 인지능력을 넘어서는 순간을 의미한다.


9. 마음을 지닌 기계의 탄생 – 의식, 자유의지, 정체성의 재발견

의식은 ‘생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풀이한다. 철학이란 과학이 아직 완벽하게 밝혀낼 수 없는 문제들이 잠시 머무는 대피소와 같은 곳이다. 생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즉 ‘메타인지’ 능력을 의식과 연관된 속성이다.
차머스는 의식의 어려운 문제와 쉬운 문제를 구별짓기 위해, ‘좀비’라는 대상을 가정하는 생각실험을 소개한다. 한가지 가능성은 이원론에서는 의식은 그 자체로서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형이상학적인 현실 속에 존재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물리적 체계가 그 자체로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보기에는 의식이란 복잡한 물리적 체계 속에서 부분들의 상호 작용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예기치 못한 속성이다.
의식을 개념화하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의식을 ‘퀄리아(감각질)’를 가진 시스템으로 보기도 한다. 퀄리아란 무엇일까? 한 가지 정의는 ‘의식이 있는 경험’이라는 것이다. 물을 한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람에게 물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 설명할 수 있을까? 경험 자체를 전달할 방법은 없다. 이러한 경험이 바로 퀄리아이다. 어쩌면 우리가 똑 같은 퀄리아를 경험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퀄리아에 대한 또 다른 정의는, 경험에 대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정의는 앞에서 의식을 정의하려고 했던 것만큼 순환적인 논리에 불과하다. ‘느낌’이나 ‘경험’이나 ‘의식’은 모두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의식을 가진 뇌’를 의미한다. 마음이 ‘자유의지’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의식, 자유의지, 정체성을 가진 존재는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하는 문제가 된다.
기계가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갖게 되는 순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철학적 가정(믿음의 도약)을 하겠다. 기계가 자신의 퀄리아와 의식적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사람과 구분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면, 그들은 의식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다.
퀄리아에 대한 반응이 인간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다고 해서, 비생물학적 존재를 의식이 있는 존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가? 이러한 믿음의 도약이 함축하는 의미는, 의식은 어떤 존재의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발현되는 하나의 속성일 뿐 그 존재가 작동하는 토대가 되는 기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객관적’ 측정과 거기서 끌어낼 수 있는 결론을 상징하는 과학과 ‘주관적’ 경험의 동의어인 의식 사이에는 개념적인 간극이 있다.
의식적 경험의 본성 속에 감춰진 미스터리를 찾기 위해서 밑바닥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다. 우리 자신의 경험만 고려하면 된다. 나는 내가 의식이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안다. 나는 무엇에 대해 의식이 있다는 것인가? 기억은 우리가 그 경험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그 즉시 잊혀진다. 결국 무엇이 의식적인 경험을 구성하는 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의식과 현실의 본성에 대한 서양과 동양의 관점이 다르다. 서양의 관점은 정보의 패턴을 만들어낸 물리적 세상에서 출발한다. 수십억 년에 걸쳐, 물리적 세상 속 존재들이 진화한 결과, 완전히 의식을 가진 존재가 된 것이다. 동양의 관점은 의식에서 출발한다. 의식이 근본적인 현실이다. 물리적 세상은 의식을 가진 존재의 생각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즉, 물리적 세상은 의식을 가진 존재의 생각이 만들어낸 것이다.
양자물리학에서 입자는 ‘확률장’이라는 것으로 존재한다. 측정장치를 이용해 그 입자를 측정하는 순간 ‘파동함수의 붕괴’라는 현상이 초래되는데, 쉽게 말해 입자가 위치할 확률이 100%로 바뀐다는 뜻이다. 따라서 입자의 위치는 (속도와 같은 다른 특성도 마찬가지로) 관찰될 때에만 정해진다. 기본적으로 누군가 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입자는 자신이 어디에 위치할 것인지 결정할 필요가 없다. 의식이 있는 사람이 관찰하지 않는 한 입자는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양자역학의 불교학파?
양자역학의 해석에서는 위치에 따라 다른 값을 가지는 함수로 존재한다. 여기서 장(field)은 곧 입자의 자체를 의미한다. 다른 위치에서 가질 수 있는 장의 값에는 제약이 있다. 하나의 입자를 대표하는 전체 장은 제한된 정보의 ‘양’만 대표하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서 ‘양자’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이른바 파동함수는 전혀 붕괴되는 것이 아니다. 파동함수는 실제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측정장치가 장 속에 입자를 구성하는 것이다. 측정대상이 되는 입자의 장과 측정장치의 입자의 장이 상호작용한 결과 특정한 위치에 존재하는 입자를 읽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것이 바로 양자역학에 대한 서양식 해석이다.
자유의지 – 의식의 핵심기능은 앞을 내다보는 ‘예측’이라고 하는 능력이다. 예측이란 계획하는 능력이자 사회적 맥락에서 앞으로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슨 일이 발생할지 시나리오를 짜는 능력, 또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계획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높여주는 체계는 당연히 인간의 최고의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러한 체계가 바로 ‘자유의지’라고 생각한다.
양반구가 제각각 별도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몸이 두 개의 뇌에 의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다는 사실을 양반구는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반구는 서로 조율하는 법을 배우고 서로 결정을 충분히 조정하고 일치시키기 때문에, 제각각 상대 반구가 내린 결정을 자신이 내린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작화증, 이야기를 꾸며내는 증세)
크든 작든 무수한 의사결정이 신피질에 의해 끊임없이 처리되고 있으며, 신피질이 제안한 해결책 중 몇 가지는 ‘끓어올라’ 의식적인 각성을 유발한다. (무의식의 열기가 달아올라 어느 기준을 넘어서는 순간 의식으로 전환된다.) 의식은 자유의지에 대한 하나의 전제조건인 듯 보인다. 자유의지와 결정론이 양립할 수 없다고 보는 견해는 ‘양립불가론’이라고 한다.
데이비드 흄(1711~1776)은 자유의지를 ‘잘못된 인식이나 그럴듯해 보이는 경험’이라고 특징지을 수 있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자유의지는 목적의식이 있는 의사결정을 내포한다.
정체성 – 나의 실존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근본적으로 내 몸과 뇌를 구성하는 물질은 내가 아니다. 물의 입자들이 강을 통해 흘러가는 것처럼 이러한 입자들도 내 몸을 통해 흘러갈 뿐이다. 나는 천천히 변하지만 안정성과 지속성을 가진 하나의 패턴에 불과하다. 물론 이 패턴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빠르게 변한다. 정체성에 관한 믿음의 도약은, 정체성은 나를 나로 만들어주는 정보의 패턴의 지속성을 통해 보존된다는 것이다.


10. 특이점이 온다. – 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인공지능 혁명

신피질의 모든 패턴은 선형적인 단계의 나열로 구성되는데, 이는 곧 우리가 산술급수적 사고에는 익숙해도 기하급수적 사고에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뇌를 이해하고자 하는 주된 목적은 지능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뇌를 이해하면 뇌의 다양한 기능장애를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뇌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는 프로젝트의 또 다른 중요한 목표는 바로,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11. 반론 – 불신과 비관적 전망을 넘어서

뇌를 리버스 엔지니어링하는 프로젝트의 목적은 바로 자연에서 가장 지능적인 존재인 인간의 세세한 설계패러다임을 배우는 것이다.
한스 모라벡이 말하는 ‘마음의 아이들’ 즉, 인간의 문명을 이어 받을 인공지능로봇의 출현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간 수준의 패턴 인식능력과 컴퓨터의 일관된 속도와 정확성이 결합하는 순간, 매우 강력한 능력이 발휘될 것이다. 더 뛰어난 도구를 만들어 우리 스스로 더 영리해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을 만들어온 것은 우리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에필로그 – 인간의 마지막 발명품

급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은 인간을 위협하는 적이 아니라, 우리 능력을 확장시켜주고 우리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유용한 도구다.
지능은 제한된 자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삶이 점점 나빠진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세상의 온갖 문제에 대한 정보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대문이다.